본문 바로가기
▶ 디자인 서랍/그 외

[책]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 채사장, 귀천 - 천상병

by 플로깅맨 2021. 9. 7.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를 읽는 동안 천상병 시인의 유명한 시 <귀천>이 계속 생각났다.

채사장님은 마치 이번 생에 혼자 긴 여행을 하고 계신 것 같다. 여행을 하는 동안 다양한 경험을 하고 새로운 관계를 만나기도 하지만, 마치 여행자가 현지인들과 완전히 동화되기는 어려운 것처럼 조금 쓸쓸하고 외로워 보였다.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채사장님은 우리가 우리이기 이전에 어떤 지적인 존재였고, 무엇인가를 경험하고 싶어서 이 세계에서 태어난 것은 아닐까 라고 물어본다.

나는 하필이면 왜 이 세상에서 나로 태어나서 어떤 것을 경험하고 싶었을까.

 

<귀천>을 찾아보다가 천상병 시인의 다른 시 <소풍>을 알게 됐다.

 

소풍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의 삶이 소풍이었다고?
그 소풍이 아름다웠더라고?

오늘
한쪽의 일터에서는 굴뚝 위에서 농성을 하고
바람이 바뀌었다고
다른 쪽의 사람들은 감옥으로 내 몰리는데
이 길이 소풍길이라고?

따르는 식구들과
목마 태운 보따리
풀숲에 쉬면 따가운 쐐기
길에는 통행료
마실 물에도 세금을 내라는 세상

홀로 밤길을 걷고
길을 비추는 달빛조차 몸을 사리는데
이 곳이 아름답다고?

 

<귀천>의 마지막 연을 그대로 가져와 시작하는 이 시는 <귀천>과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사진 속 천진하게 웃는 시인에게도 사실 현실이 너무나 무거웠나 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떠날 때 결국 이 삶을 아름다웠다고 말했을 것만 같다. 시인이 비판했던 비민주적이고 불공평한 사회의 모습은 많이 바뀌었지만, 지금 우리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줄지어 앞사람을 따라가면서 삶을 즐거운 소풍 같다고 긍정할 수 있을까.

 

어쩌면 채사장님 뿐만 아니라 모두가 어쩔 수 없이 외로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각자가 보는 세상은 모두 각자의 머릿속에만 있을지도 모른다. 정말 긴 꿈을 꾸는 것처럼 세계는 모두 내가 만들어내는 환상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저기에 보이는 너가 실제로 있는 너라고 믿고 이번 생이 끝났을 때 어딘가에서 또 만날 수 있다면 같이 이번 생을 시인처럼 추억하고 싶다.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 YES24

우리는 왜 실체도 없는 타인에게, 세계에 가닿을 수 없으면서 이토록 갈구하는가?사람도, 세상도 녹록지 않은 당신에게 전하는 작가 채사장의 고백과 응답 “나는 타인과의 관계가 어렵다. 나는

www.yes24.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