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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 신영복

by 플로깅맨 2021. 9. 8.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는 인간이 상호 주관적인 이야기(신화, 종교, 이념, 나라) 덕분에 지구의 지배자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과학에게는 신화, 종교, 이념과는 다른 지위를 부여한다. 과학이라는 진리가 있고, 유럽인들은 과학적 지식을 늘려나가면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우리가 사는 모습을 바꿔놓았다. 과학은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손을 잡고 지구를 정복하였다. 하지만 우리는 과학과 자본주의가 고삐 없는 말처럼 질주하여 더 바뀌게 될 우리 모습은 매우 우려스럽다.

 

채사장의 책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에서는 과학까지도 그 상호 주관적인 이야기 중 하나라고 말한다. 우리는 과학적, 물질적인 사고방식에 너무 익숙해져있어서 과학을 당연한 진리로 받아들이지만, 과학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안경 중 하나이다. 과학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과학이 설명해주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과학은 인간의 의식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설명해주지 못한다. 다만 인간의 의식이 작용할 때 물리적인 신체가 어떻게 변하는지 설명해줄 수 있을 뿐이다.

 

한편 신영복 선생님은 '강의'에서 동양 고전을 통해 자본주의와 상품소비주의를 비판하는 시각을 보여준다.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고, 소비가 미덕이라는 자본주의의 경제학 논리는 사실 의심 없이 받아들이기 힘들다. 또한, 모든 것은 상품화되어 평가된다. 예전에 디터 람스가 '디터 람스' 영화에서 비판했던 것처럼 모든 상품들이 대문짝만 한 브랜드 로고를 붙여놓고 '나 여기 있어요!' 소리 지르는 이미지도 떠오른다. 신영복 선생님은 서양의 존재론적 철학과 비교하여 동양의 관계론적 철학의 중요성을 강조하시기도 한다.

 

춘추전국시대는 결국 법가와 진나라가 통일을 하여 끝이난다. 하지만 진나라는 오래지 않아 멸망하고 다시 유가와 한나라가 통일 제국을 이끌어간다. 아마 자본주의는 법가처럼 난세를 극복하기 위한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평화로운 시기를 잘 이끌어 나가기 위해 유가가 필요했던 것처럼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미 오래전에 옛 성현들은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해왔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고전 속에서 답을 찾아봐야겠다.

 

신영복 선생님은 순자가 열거하고 있는 난세의 징조를 소개하고 우리 현실과 비교해보길 당부한다. 

난세의 징조는 그 옷이 화려하고, 그 모양이 여자 같고, 그  풍속이 음란하고, 그 뜻이 이익을 좇고, 그 행실이 잡스러우며, 그 음악이 거칠다. 그 문장이 간사하고 화려하며, 양생에 절도가 없으며, 죽은 이를 보내는 것이 각박하고, 예의를 천하게 여기고, 용맹을 귀하게 여긴다. 가난하면 도둑질을 하고, 부자가 되면 남을 해친다. 그러나 태평 시대에는 이와 반대이다.

'강의' p. 428

 

 

강의 - YES24

자본주의 체제가 양산하는 물질의 낭비와 인간의 소외, 그리고 인간관계의 황폐화를 보다 근본적인 시각으로 재조명하는 신영복 선생의 동양고전 강의.시경, 서경, 초사, 주역, 논어, 맹자, 노자

www.ye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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